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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까치글짓기 시간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꼬마 친구들 셋이서 이번 주부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서로 동네도 다르고 잘 모르는 사이라 먼저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친구에 대해 잘 알아보기 위해 관찰하고 칭찬해 주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전지에 차례대로 누워있으면 친구들이 모양을 따라 전체 모습을 똑같이 그려주는 거예요.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주연이가 먼저 누웠습니다. 장난꾸러기 선주는 연필로 주연이를 따라 그리면서 괜히 간지럼을 태워봅니다. 그러면서 둘은 벌써 친해졌나봅니다.
연필로 본을 뜬 다음 그 위에 주연이의 옷색깔을 따라 칠하면서 주연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거예요. 그런데 윤서가 옷을 그리기도 전에 주연이 찌찌를 먼저 그려놨네요. 그래서 주연이가 약간 화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윤서 차례입니다. 이미 주연이와 선주는 윤서에게 장난을 치리라 마음 먹고 있었기 때문에 윤서는 각오해야 했어요. 시작부터 간지럼을 태우는 바람에 윤서는 까르르 까르르 웃어버렸습니다.
어라? 누워있는 윤서의 가슴과 배 위에 윤서랑 꼭 닮은 여자 아이가 그려져 있네요. 청바지 위에도 살짝 보이는 아이, 하지만 이것까지 그리려니 솜씨가 여간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림 솜씨가 좋은 선주라지만 시간이 많이 없어 마음만 급합니다. 왜냐하면 선주도 얼른 눕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색칠만 해대기 시작했답니다. ㅋㅋ
이제 선주 차례인데요. 선주가 키가 커서 전지 한 장에 몸이 다 들어가지 않아요. 할 수 없이 선주는 아빠 다리를 하고 누웠습니다. 팔짱도 점잖게 끼웠지요. 그랬더니 밑그림 자체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뭉뚱그레져 있었고, 잔뜩 기대를 하고 일어난 선주는 "이게 뭐야?"하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선주는 약간 서운했나봐요.
그래도 모두 힘을 합쳐 그려놓고 보니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들이 열심히 그린 그림인데 기념 사진이라도 찍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돌아가며 그 사진을 옆에 두고 한 장씩 찍었답니다.
윤서는 뭐가 마음에 안드는 걸까요? 그래요. 예쁜 티셔츠에 여자 아이가 안 그려져서 서운한 모양이죠? 하지만 머리 모양과 청바지 접은 건 똑같이 그렸어요.ㅋㅋ
선주는 아빠 다리 모양 그대로 다시 폼을 잡았습니다. 밑그림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래도 색칠을 잘 하고 보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장군님이 쓰신다는 머리 위 모자를 스스로 그려넣고 혼자 뿌듯해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당췌 무슨 모자를 그린 건지 알 수 없었답니다. 게다가 잘 보세요. 분명히 팔짱을 낀 건데 여자 친구 둘이 각각 그림을 옆에서 그리는 바람에 팔이 네 개가 되어 버렸네요. 어쩌나?
그림을 다 그리고 벽에 붙인 후 이제는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있었던 일과 느낌을 생각하느라 열중인 윤서의 표정, 사뭇 진지하죠?
선주가 다 써놓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띄어쓰기는 하나도 안했는데 신기하게도 읽을 땐 잘 띄어 읽습니다. 선생님은 하나도 못 알아보겠던데 본인은 잘도 크게 읽어댑니다.
주연이는 실제의 자기 모습보다 그림이 밉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자기를 이쁘게 만들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또 자랑스러워했답니다.
주연이가 읽을 때 선주는 궁금해서 살짜쿵 훔쳐봅니다.
이렇게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재미있는 활동을 한 뒤에 글을 써서 그랬는지 힘든지도 몰랐답니다. 그림 동화책 한 권씩을 뽑아들고 '도서실 놀이'를 한 판 더 한 뒤에 친구들은 비내리는 거리를 뚫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얼른 다음 주가 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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