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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 동행
군산 산북 중학교 2학년 조수민
“수민아! 일어나 벌써 9시야!”
환상적인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나는 버럭 짜증을 냈다. 엄마의 언성도 더 높아졌다.
“야! 너 지금 안 일어나면 사물놀이 늦는다!”
난 결국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그리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밥을 먹으려는 순간 뭔가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꽃천을 빨지 않은 것이었다.
“아, 진짜! 엄마, 내가 어제 좀 빨아주라고 했잖아요!”
라며 엄마에게 짜증을 내자 엄마도 단단히 화가 나셨나 보다. 엄마의 말투가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네가 사물놀이 하지 엄마가 하냐? 어디서 또 엄마 핑계를 대!”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어제 숙제가 많은 탓에 정신없었는데 엄마가 내 마음을 몰라주고 화를 내니 정말 속상했다.
‘이래서 사물놀이 하기가 싫다니까.’
사물놀이 연습실로 가는 내내 엄마와 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우울한 마음에 창밖을 보니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흔들거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던 나는 사물놀이를 처음 시작해서 나간 대회가 생각났다.
가을이면 열리던 지평선 축제에서 개최하는 전국 사물놀이 대회였다. 지평선 대회장까지 가는 길은 색색깔 다양한 코스모스들이 피어 있었다. 3학년 운동회 때 사물놀이를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바로 신청서를 내고 수줍은 새내기로 사물놀이부터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도 나에 대해 물어봐주지 않았다. 그저 어떤 악기를 하고 싶냐고 물을 뿐이었다. 나는 어떨 결에 장구를 잡고 앉았다. 어떻게 채를 잡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장구를 치고 있는 언니들을 보며 따라했다. 드디어 첫 대회, 코스모스 길을 가로질러 처음으로 대회라는 것을 경험해봤다. 열심히 연습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보다 잘하는 팀이 너무나도 많아 우린 결국 꼴등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다음해에는 더욱더 열심히 해서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선반이 더 힘들다는 이유로 선반이 일등을 차지했지만 앉은 반에서는 일등 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선배들이 다 졸업하고 내가 제일 높은 학년이 되었을 때 이번엔 무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연습해서 다시 한 번 종합대상에 도전했다. 우리들은 할머니들의 환호성과 갈채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와 시상식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우리가 공연했던 멋진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모습을 보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아저씨가
“허허 이걸 어쩌지? 내가 뚜껑을 닫고 찍었나보네!”
우린 너무 허탈했다.
‘내가 한 것 보고 싶었는데…….’
아저씨는 꼭 우리가 잘 할 때만 실수를 하시는 것 같다. 드디어 시상식!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제할 수 없었다. 최우수상까지 호명했는데도 ‘군산 산북 초등학교’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정말 가슴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샴페인이 터졌다. 우리는 종합대상이라는 말에 얼싸안고 깃발을 흔들며 그 넓은 대회장을 힘든 줄 모르고 뛰었다. 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줄줄 흘려보냈다. 그때의 눈물은 내가 흘려본 눈물 중 가장 값진 눈물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사이 어느새 연습실에 도착하였다. 옛 기억을 더듬어 보니 순간 자신감과 기운이 넘쳐났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겠다는 각오로 힘차게 엄마께 인사하고 재빠르게 꽃 천을 썼다. 그리고 연습을 신나게 시작했다. 난 이래서 사물놀이가 좋다. 사물놀이는 나에게 자신감과 험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사물놀이가 나의 오래된 동행친구가 된지 벌써 7년째다. 다른 친구들은 편히 쉬는 주말인데 나는 황금 같은 주말을 사물놀이 연습 때문에 반납한지 오래다. 장구, 꽹과리, 북, 징 소리는 이제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친구 같은 동반자다.
차상(1) - 처음 간 여행
김해 장유 신안 초등학교 5학년 김유진
‘처음’이란 말을 들으면 항상 가슴이 설렌다. 처음으로 5학년이 되던 날 등 나에게는 특별한 처음이 많다.
뭐니뭐니해도 나의 첫 해외여행이 굉장히 크고 멋진 처음 같다. 까치글짓기에서 고구려 역사 탐방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땅을 밟았다. 솔직히 나는 중국이라 하면 거대한 땅, 수많은 사람만 생각난다. 그래도 나의 뜻 깊은 처음인 이유는 내가 가보고 싶은 나라 베스트 5위 안에 들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는 것은 좋았지만 겁이 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그 넓은 땅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오랜 시간 동안 집을 떠나 엄마가 보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아! 이번 여행은 좋은 경험이 될 거야.”
하는 엄마의 불안하면서도, 가면 좋을 거라는 말씀에 겁이 났던 것이 좀 가라앉았다.
드디어 중국으로 떠났다. 처음으로 우리 나라 밖을 나간 것이다. 비행기에서 밖을 내려다보니 점점 멀어지는 우리 나라의 모습이 점처럼 작아졌다.
중국의 첫인상은 찜질방 같았다. 북한 옷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이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모자만 너무 커 한참 웃었다.
‘이 곳도 우리 나라와 똑같구나.’
친절한 아저씨 덕분에 낯선 땅에서의 두려움이 사라졌다.
중국에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우리와 다른 식생활이다. 음식이 또 기름덩어리 같이 뭉쳐져 먹을 수 없을 만큼이나 느끼했다. 그래서 집에서 가져온 비상식량 컵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책으로만 보던 광개토태왕릉비는 정말 멋졌다. 나도 모르게 몰래 비석을 만져 보았는데 따뜻하게 느껴졌다. 돌에다 글자를 하나하나 새겼을 석공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멋진 체엄은 우리 민족의 뿌리 백두산 천지에 올라간 것이다. 파랗게 고인 고요한 그 물이 거대한 압록강과 두만강을 이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도 천지의 그 서늘한 기운, 뻥 뚫렸던 마음이 생각난다. 천지에서 주워 온 부석을 매만지며 중국 여행을 떠올려 본다.
차상(2) - 내가 선택한 꿈
군산 산북 중학교 2학년 김 빈
처음 여군이라는 직업을 알게 된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신문에서 여군의 모습을 보게 된 순간 선생님을 선망했던 내 꿈은 바뀌었다. 원래부터 군대에 관심이 많아서 어떤 곳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여군 장교가 되려면 얼마나 힘들어야 될 수 있는지도 말이다. 최근에 엄마와 내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엄마! 내 꿈이 뭐 게? 나는 육사에 진학해서 장교가 되는 게 내 꿈이야.”
“빈아, 차라리 경찰대 가는 게 어때? 경찰 서장 돼서 엄마가 사는 동네에 발령 나서 오면 엄마가 고개 빳빳하게 세우고 다닐 텐데.”
“경찰대 가려면 운동 자격증 있어야 하잖아.”
“너 검도하잖아.”
“싫어, 난 여군이 좋아.”
엄마는 내가 여경이 되어서 자신을 호강시켜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섭섭한 감정과 함께 뭔가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엄마를 위해 사는 게 아닌데, 차라리 내 꿈을 인정해 주고 격져해 주었으면 좋았을 걸, 그럼 내가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을 텐데.
할머니 생신 날 우리 집에 오셨던 할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우리 빈이는 꿈이 머냐?”
“저는 여군이 되고 싶어요.”
“여군? 요즘은 육사 가서 여군 장교 되는 것도 좋지.”
마침 이 이야기를 나눌 때 옆에 엄마가 앉아 계셨다. 나는 엄마를 힐끔 쳐다봤다. 엄마는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앉아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식었던 나의 꿈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그러나 변덕이 심한 내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전에 엄마가 호강시켜 달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엄마여도 호강시켜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힘들게 우리 세 자매를 위해 고생하시는데 보답해야 할 것도 같았다.
‘여경이 된다면 안 좋을 것도 없지.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될 것 같다. 우리 집에 아들도 없는데 나라도 듬직하게 엄마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 그래, 여군이 아닌 여경이 될 거야.’
한 동안 내가 여경이 된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여군과 여경을 비교했다. 여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갖게 된 나의 꿈이다. 반면 여경은 지금 나의 꿈이다. 여군은 나라에 충성을 하며 내 꿈을 이루는 것이고, 여경은 엄마를 위한 꿈이다. 아,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내 꿈에 대한 선택이 이리도 어렵던가? 언니와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언니, 언니는 내가 여군했으면 좋겠어, 여경했으면 좋겠어?”
“네 맘이지. 네가 좋아하는 걸 해. 엄마 위해서 여경한다던가 하지 말고.”
“그래도 엄마는…….”
“엄마는 자신의 생각이 어떻든 네가 꿈을 이룬다면 그걸로 만족해하실 거야,”
“꿈이 꼭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러니까 네가 노력해야지.”
그랬다. 내 맘 깊은 곳에는 엄마 생각이 어떻든 내가 꿈을 이루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다시 원 위치로 돌아왔다. 지금 내 꿈의 선택은 여군. 이젠 누가 뭐래도 우유부단하게 꿈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엄마께 효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더 큰 엄마인 나라에 효도하고 싶었다. 내가 더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여군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요즘 들어 생겼다. 나는 오랜 갈등 끝에 선택한 내 꿈을 책임지고 이루고 싶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여군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차하(1) - 언니와 친해지는 시간
부평 인천 마장 초등학교 2학년 박지우
“엄마! 언니가 바보라고 놀려요.”
“내가 언제?”
언니와 나는 이렇게 자주 싸우는 편이다. 다른 친구들과는 싸운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언니와는 자꾸 싸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싸우다가도 학교에 갈 때는 갑자기 친해지는 것이다.
“언니, 같이 가.”
라고 하면서 같이 간다.
학교에 가면서 예쁘게 물 들은 단풍과 참새, 열매를 보았다. 그 열매를 보고 언니에게 떨어지는 은행에 맞은 일을 얘기하며 웃으면서 갔다.
그리고 친한 반 친구와 아는 친구를 보았다. 언니와 함께 학교에 즐겁게 간다.
‘그런데 왜 학교에 갈 때만 친해질까? 식사할 때만 해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는데 왜 그럴까? 참 궁금하다.’
그래서 언니가 없어 혼가 가는 친구들을 보면 쓸쓸해 보인다. 언니와 함께 쫑알거리며 가면 싸운 것도 다 잊고 웃는다. 그래서 쓸쓸하지 않다.
그러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해 있다. 헤어지며 ‘안뇽!’하고 인사를 하면 즐거운 하루가 시작된다.
언니와 나는 앞으로도 자주 싸우겠지만 학교에 같이 가는 길이 있어서 좋다. 싸운 것을 다 잊게 하는 학교 가는 길이 있어서 정말 좋다.
차하(2) - 어른이 된다는 것
서창원 창원 용남 초등학교 5학년 안지예
“우리 지예가 드디어 어른이 되었구나!”
엄마의 말씀에 나는
‘어른?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정말 찝찝하고 두려운 이 느낌을 두고, 축하해 주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4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나에게 아주 큰 변화가 생겼다. 그 전부터 가슴이 자라는 아픔에 스포츠 브레이지어를 해야만 하는 불편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더 큰 충격이었다.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가는 길. 내 몸속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무엇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쿵쾅쿵쾅’ 뛰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확인을 했다. 붉은 피가 내 속옷을 다 적셔 놓은 걸 보고 나니 그제서야 배가 아팠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아, 내가 월경을 하는구나.’
친구들 중에 내가 처음인 것 같았다.
사촌 언니와 함께 사는 나는 월경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나에게 빨리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도 못했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곧 바로 외출하신 엄마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씀드렸다.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신 엄마는 멍한 채 변기에 앉아 있는 나를 보시고는 계속 웃으셨다. 생리대와 속옷을 주시며 엄마께서는
“걱정할 일 아니니까 어서 갈아입고 나온나.”
라고 하셨다. 대충대충 정리하고 나온 나에게 축하한다며 말씀하시는 엄마의 소리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생리를 너무 일찍 시작하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가 많이 크지 못한다.’라고 말했던 사촌언니의 말이 생각나서 걱정만 되었다.
‘나는 더 커야 하는데……’
그 날 저녁 나보다 두 살 어린 남동생은 영문도 모른 채 파티한다는 소리에 들떠 있었다. 엄마로부터 연락 받은 아빠는 퇴근길에 장미 꽃다발을 사오셨고, 그 사이에 엄마는 케이크를 준비해 주셨다. 내가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신 부모님의 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일년이 지난 지금 내 주변에도 하나둘씩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다. 축하파티를 위해 근사한 레스토랑에 간 아이도 있고, 가족까리 여행을 다녀왔다며 자랑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도 내년에는 2주년 기념파티를 해달라고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보니 아직도 나는 어린가 보다.
‘어른이 된다라는 것은 자신의 일에 그만큼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키가 덜 자라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보다는 이제는 몸과 마음까지도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도록 노력해야겠다. 며칠 만 있으면 태어나서부터 줄곧 살아왔던 정든 집에서 이사를 가게 되는데 앞으로는 내 방청소는 내가 하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드릴 것이다.
지금까지 난 엄마에게만 의지하고, 늘 알아서 해주시니까 하고 행각하면서 감사할 줄 모르며 지내왔다. 철없던 나를 되돌아보게 해 준 ‘나의 첫 월경 사건’이 정말 고맙다.
차하(3) - 내가 쥔 열쇠, 행복의 문으로
서창원 창원 반송 여자중학교 1학년 정예경
“너, 오늘도 부산가는 날이니?”
내 친구 현지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병문안을 간다. 어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 중이기 때문이다.
처음 중학교에 들어왔을 때, 항상 웃으며 즐거워하던 현지가 눈에 확 띄었다. 꺌꺌거리는 귀여운 목소리가 특이했던 현지를 보고는 항상 즐거운 일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겉만 보고 알 수 없는 것일까?
학기 초에는 현지와 처음 만나는 사이라서 말도 잘 나누지 않고 서먹서먹한 관계라 현지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2학기가 되고 현지와 둘도 없는 친구로 자리매김하고서야 나는 현지에게도 남다른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내 가족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마음이 아파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지는 괜찮다는 듯 나를 보고는 활짝 웃었다.
“이제는 괜찮아. 곧 깨어나시겠지. 난 믿고 열심히 공부할거야.”
현지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찡해졌다. 왠지 현지가 쓸쓸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움을 견디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가족 중 누군가의 자리를 비워놓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고작 중학교 1학년인 아이에게는 큰 짐인데 말이다.
‘나라면 현지처럼 살 수 있을까? 항상 우울한 표정으로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한 채 먹구름 낀 삶을 살아가진 않을까?’
우리 어머니께도 현지네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당차고 훌륭한 아이라 하시며, 나에게도 작은 시련에 좌절하지 말고 내 꿈을 위해 달려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먹구름 속에서 한줄기 햇빛을 찾을 수 있는, 결코 행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다.
내 친구의 경우처럼 사람에게는 누구나 원하지 않는 슬픔과 아픈 시련이 닥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련 앞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그 시련에 무릎 꿇고 주저앉느냐, 그 시련을 넘어서서 자신의 미래를 밝게 열어나갈 것이냐. 이 두 갈래의 길에서 나아갈 방향을 잡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몫인 것이다.
사람들에겐 자유의 열쇠가 있다고 한다. 분명 그 열쇠는 실패, 슬픔, 절망에 빠져 자신의 삶을 허비하라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삶의 문을 열어가라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 친구 현지처럼 자신이 가진 열쇠를 밝은 미래로 향한 문을 여는 데에 사용하면 좋겠다.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길을 선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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