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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 첫 기억
강북 서울 가인 초등학교 6학년 손지원
초록색 옷을 입고
응애응애 우는
최악의 못난이 인형은
내가 처음으로 본
동생의 모습이었고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입학식에 갔다가
등교 첫 날
침대에서 덜덜 떨며
앓아누워있던 모습은
나의 첫 학교생활이었다.
아름다운 백조의 처음은
미운 오리 새끼였고
행운을 주는 네잎 클로버의 처음은
보잘 것 없는 잡초였다.
처음은 어머니의 조언마냥
힘들 때 내 손을 잡아주고
웃음과 울음을 한꺼번에 주는
짧지만 굵은 기억이다.
차상(1) - 학교 가는 길
김포 운양 초등학교 3학년 박성준
학교 가는 길
소나무 한 그루의 나뭇가지가
내 머리를 ‘사악’ 스쳤다.
소나무의 나뭇가지가
내 키보다 작다.
아기 소나무가 까치발을 들고
연둣빛 작은 아가 손으로 나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보다 더 어린 소나무가
나보다 더 큰 마음을 가졌나?
차상(2) - 학교 가는 길
대구 동구 불로 초등학교 2학년 박경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나올 때는 신이 나는데
문구사 앞에서
지각장이 양철민이
오락하고 있다.
‘오늘도 지각하면 어쩌지?’
내 마음에
걱정이 쏙 들어온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차들이 호랑이처럼
쌩쌩 달려오고
‘아유 무서워.’
‘아유 시끄러워 죽겠네.’
도깨비 뿔처럼
내 마음이
뾰족뾰족해 진다.
‘아차 준비물을 안 들고 왔네.’
내 마음은
다시 집으로
쏙 들어가
숨고 싶다.
차하(1) - 아빠의 핸드폰
대구동구 불로 초등학교 2학년 박찬렬
우리 아빠 핸드폰은
3년이나 되었어요.
그걸 내가
물려받았어요.
친구는 내 핸드폰 게임이
최고라고 부러워해요.
낡았지만 나에게도 소중해요.
아빠가 핸드폰을 주고
돌아가셨거든요.
가끔 큰아빠랑 고모가
“엄마는 잘 계시나?”
“동생은 잘 돌보고 있나?”
전화해서 나보고
“어이구 착하다.”
하세요.
핸드폰 속에 아빠가
빙그레 웃고 있어요.
차하(2) - 꾸중 들으면…….
서울 중부 동명 초등학교 3학년 백신비
잔소리꾼 우리 엄마
“빨리 일어나”
“빨리 밥 먹어”
“빨리 숙제하고 자”
항상 빨리빨리
하라고 하신다.
엄마는 내가
빨리 커 버리기
바라시나?
엄마의 꾸중 들을 때마다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 것 같다.
차하(3) - 사랑의 편지 쓰기
관악 서울 미성 초등학교 4학년 김단비
부모님께 보내는
사랑의 편지
글씨 밉게 안 되고
내용 길어야 하고
딱딱!
나는 책상에 연필을 부딪치네.
쓱쓱!
나는 쓰다 말고
쓱싹쓱싹!
지우개로 지우네.
쓰다 말고
창문 밖 넓은 하늘 도화지에
엄마 얼굴, 아빠 얼굴 그려 보네.
쓰다 말고
머릿속에 옛 추억 떠올리네.
눈물 흘리다가
팔로 눈물 닦네.
몇 시간 지나고
선생님이 애들 것을 보시는데
‘나에게도 오시겠지?’
선생님이 내 빈 종이를 보시며
열심히 해 보라며
방긋방긋 웃어주시고
힘내라며 격려도 해주는
모둠 아이들
몇몇의 아이들은 다 써 가는데
몇 줄밖에 안 써져 있는
내 빈 종이
넓은 하늘 도화지에 있던
엄마, 아빠 얼굴 구름이 싣고 가고
내 머릿속에 있던
옛 추억 지워지고
내 빈 종이는
아무 것도 없는
넓은 하늘 도화지
아무 것도 없는 내 하얀 머릿속
내 머릿속에 있던
옛 추억들,
넓은 하늘 도화지에 있던
엄마, 아빠 얼굴
편지에 넣어 보네.
꽉 찬 내 종이
우리 엄마, 아빠의 고마움,
옛 추억들도
꽉 찬 내 종이
집에 가져가 보여드리니
엄마, 아빠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날 껴안아 주시네.
나도 눈물 흘리고
같이 껴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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