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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동화를 집어 들고픈 때가 있다.어떤 마음인 걸까?
수많은 가치들에 어쩔 줄 몰라 혼란스러울 때, 갈길에 잠시 갈등하고 있을 때, 제자리만 빙빙 돌며 방황하고 있을 때, 그럴 때 나는 동화를 펼치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처세술이 아닌 가장 기본적인, 변치 말아야 할 가치들을 내가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다시금 일깨우고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이 동화집은, 그리 가볍고 편한 마음이지만은 않은 채 책을 덮게 되었다. 나 자신의 문제보다도 오히려 세상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마음은 결코 나를 뒷전에 놓아서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책 속의 말처럼 몸이 잘 사는 세상과 마음이 잘 사는 세상 중,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몸이 잘 사는 삶을 위해 사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마음이 잘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도록 하는 것을 위해, 그 작은, 작은 씨앗들 중의 하나가 이러한 동화책이기도 하겠다.
이 책은 박완서님이 '79년 샘터사에서 나온 어른들을 위한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서 아이들도 읽을 만한 여섯 편을 추려낸 것이다.
전체적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도기의 7~80년대를 배경으로 급격한 도시화를 겪게 됨에 따라 점차 잃어가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 꽃>은 '궁전 아파트'로 대표되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사는 고급 아파트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그 고급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은 할머니 두 분의 자살과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무허가 판잣집 때문에, 할머니의 자살 이유나 판잣집에 사는 사람의 사연보다는 아파트 값이 똥값이 될 일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그 대책을 세우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해결을 보려한다.
<할머니는 우리 편>에서는 어른의 욕심과 아이의 미래 그리고 도시와 자연의 조화에 대한 이야기,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은 시골 아이의 눈에 비춰지는 도시 생활 그리고 그로 인해 느껴지는 위화감이 어떤 생각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정말 더 중요한 것인지를 들려주며, <마지막 임금님>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점점 시기하게 되어 결국 자신을 망치는 임금의 이야기로 삶을 어떤 자세로 대할 때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자전거 도둑>은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전기 용품점에서 일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학생이지만 그의 꿈은 녹록치 않은 어른들의 세상에 의해 본의아니게 도둑질을 한 것이 되어 내면적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다.
아이들에게는 마음이 잘 사는 삶의 중요함과 그것을 꿈꾸도록 도와주고 더불어 좋은 우리말도 많이 알게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며, 어른들 또한 그간 잊고 있던 것 혹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소년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이 그리웠다. 주인 영감님은 자기가 한 짓을 나무라기는커녕 손해 안 난 것만 좋아서 "오늘 운 텄다."고 좋아하지 않았던가.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 아아, 내일도 바람이 불었으면. 바람이 물결치는 보리밭을 보았으면. (자전거 도둑, 45쪽)
"암, 다르고 말고. 몸이 잘 산다는 건 편안한 것에 길들여지는 거고, 마음이 잘 산다는 건 편안한 것으로부터 놓여나 새로워지는 거고, 몸이 잘 살게 된다는 건 누구나 비슷하게 사는 거지만, 마음이 잘 살게 된다는 건 제각기 제 나름으로 살게 되는 거니까." (시인의 꿈, 94쪽)
"요새 떠다니는 말은 새로 생긴 물건의 이름하고, 그걸 갖고 싶다는 욕심을 위한 말이 전부지. 그러나 시를 위한 말은 그런 물건에 대한 욕심과는 상관없는 마음의 슬픔, 기쁨, 바람 등을 나타내는 말이란다." (시인의 꿈, 96쪽)
궁전 아파트 사람들이 이제껏 행복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알아 줬기 때문이니까요. 그것은 마치 엄마의 보석 반지가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보석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보석이 진짜라는 보석장수의 보증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옥상의 민들레 꽃, 104쪽)
-jad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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