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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삭 후 수정해서 다시 쓴 글
제목 : 추억을 위해 내가 해야할 일
몇 년 전 겨울,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떠난 일이 있다.
돌아오는 길, 갑자기 눈이 많이 와서 아빠가 차를 돌려 평창에 있는 펜션에서 하루밤 더 자고 가자고 했다. 고속도로에서 얼마 멀지 않았는데도 펜션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아늑했다. 바로 앞 작은 냇가는 살짝 얼었는데, 물이 워낙 깨끗해서 그 속에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이 보일 정도였다. 나와 동생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냇가에 발도 빠져가며 재미있게 놀았다. 그 때 내 머리 속에는 동화책 주인공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올랐고, 마치 내가 하이디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한밤을 자고 일어나서 창밖을 둘러보니 정말 장관이었다. 밤새 함박눈이 더 내려 나무위에 눈이 쌓여 꽃눈이 산 전체에 퍼진 듯 했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 눈이 내리면 한나절도 못되어 차들 때문에 치워져 버리고, 금세 녹아버리는데 산골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어릴 때 해 본 거라며 눈을 한 손에 퍼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여 먹어보라고 하셨다. 평소 때 같으면 더러워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는데, 나와 동생들은 난생 처음 자연이 만들어준 눈꽃 샤베트를 먹었다. 그 뒤로 우리들은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그 때의 달콤한 맛을 기억하며 아쉬워하곤 했다.
올해 여름, 우리 가족의 여름 휴가지도 강원도였다. 강원도는 여름철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특히 올해는 더 심했던 것 같다. 우리 할머니댁 바로 옆에는 크지 않은 해수욕장이 있어서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곤 했는데, 올 여름엔 그 곳까지도 사람들로 붐벼서 유쾌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몇 년 전 겨울의 그 한적한 펜션이 떠올라 우리 가족은 그 곳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들어가는 입구부터 달라져 있었다. 산에는 스키장이 생겨서 민둥머리가 되었고 밤에는 시끄러운 차 소리와 노래 소리로 가득 찼다. 우리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작은 냇가는 훨씬 작아져 있었고, 대신 펜션 마당에 인공 폭포가 세워진 연못이 생겨 있었다. 매미 소리와 물소리마저 정겹지 않고 왁자지껄 시끄럽게 들렸다.
그래도 겨울철 살얼음 밑에 살던 물고기가 떠올라 냇가에 가보았다. 그런데 물 위에는 아이스크림 포장지가 떠다니고 물이 탁해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급수라 가재도 있다던 기억을 떠올려 돌멩이를 살짝 들었더니 가재 대신 술병 유리조각에 불어터진 라면과 나무젓가락 종이까지 만 있었다. 정말 실망스러웠다. 이 곳의 추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니까 허무하기까지 했다.
나는 쓰레기를 하나씩하나씩 모았다. 동생들이 뭐하느냐고 물어서 밤중에 캠프 파이어를 할 거라고 대답한 뒤 함께 주웠다. 저녁에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던 불이 꺼져갈 때 그 종이들을 불 속에 넣었다. 어른들은 불장난 한다고 꾸중하셨지만, 그런 쓰레기들을 남기고 가버리면 자연들에게 미안할 거란 생각에 그랬다. 그런데 나중에 쓰레기를 불에 태우는 일도 좋은 방법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아니면 태우지 말고 도로 가져와야 한다는 걸 배우고 또 반성하기도 했다.
어쨌든 밤이 되고 캄캄해지자 우리들은 지난 겨울에 보지 못한 별들을 보려고 베란다에 나갔다. 하지만 별들 대신 사람들이 터뜨리는 폭죽만 요란하게 터졌다. 폭죽들이 밤하늘의 별들을 가리었고 휘양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밤 하늘에 쏟아지는 별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노래도 부르고 싶었지만, 폭죽과 사람들의 함성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들어와 생각해보니 폭죽 때문에 잠자던 나무와 새들 그리고 별들까지 놀라 잠을 못잘 거 같았다. 사람들이 잠깐의 즐거움으로 폭죽을 터트렸지만 그것들로 수많은 별 중 하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안타까웠다.
부모님들이 다니시는 직장이 주 5일제 근무로 바뀌고, 학교도 ‘놀토제’가 생겨서 예전보다 가족 단위로 여행을 가거나 근교로 놀러가는 기회가 많아졌다. 도시에서 빡빡하게 살다 보니 주로 찾는 곳이 산과 바다, 냇가가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취사와 쓰레기 버리는 일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자연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 간다. 왜 그럴까?
요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는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다.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골프장이나 펜션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벤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자리는 더럽고 심지어 산불이 나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강원도에 났던 산불로 유명 사찰이 몽땅 타버렸고, 여름에는 홍수 때문에 몇 년 째 복구중이란다.
사람들의 생활이 풍요해지면 질수록 자연은 오히려 무차별적인 상처를 입는다. 그렇지만 자연을 위해 사람들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면 자연도 그만큼 회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사람은 자연의 혜택 없이 행복해질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손상시킨 자연은 결국 인간들에게 다시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환경은 환경대로 망가트리고 사람은 사람대로 죽고 다치고 결코 바람직한 순환이 아니다.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는 존재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생물 중에 자연과 공존하지 않고 이용하고 다치고 망가트리는 것은 유일하게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 역시 자연에서 태어났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자연의 일부분이다.
이제부터라도 주말에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자연을 회복시키는 일에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잘 꾸며진 펜션에 가자고 조르지 말고,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자고 해볼까? 자연과 직접 만나 자연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버려진 쓰레기도 주워 와야겠다. 영원히 즐거운 주말을 맞으려면 먼저 자연에게 미안하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즐기는 자연을 미래의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선택이 아닌 나의 의무임을 떠올려 본다.
갈산중 1. 장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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