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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란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물체 또는 그런 수단’을 뜻한다. 흔히 요즘은 매체하면 신문과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등 대중매체만 떠올리지만 매체는 어느 곳에나 있고 우리는 이를 떠나서 살 수 없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쳐다보고 있으면 그 또한 하나의 매체로 작용하여 우리에게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린다. 심지어 사람들이 짓는 표정도 매체이다. 그리고 그 표정의 전달자인 사람도 당연히 매체가 된다. 이쯤되면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이 걸어다니는 매체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인간 매체’는 인쇄매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승전보를 알리고 죽은 전령을 기리기 위해서 생겼다는 마라톤을 생각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몽룡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자나 춘향이의 마음을 전하는 향단이를 생각해보라. 아직까지도 우리들이 얻는 정보의 상당 부분은 주변 사람(인간 매체)을 통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 매체에는 한계가 있다.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가청 범위 내에서 들을 수 있는 인원은 제한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쇄매체의 등장 이전에는 하나의 사실, 하나의 생각을 사회 구성원 전부가 공유하는 데에는 엄청나게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인쇄매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는 신문의 보급은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다. 같은 시간대에 사람들이 같은 사건에 대해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게 되면서 이른바 ‘대중’이 탄생하게 됐다.
대중이 매체를 만들어 낸 것이 대중매체가 아니라 매체가 만들어낸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의견을 공유하는 집단이 대중인 셈이다. 따라서 종이로든 인터넷을 이용해서든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익명의 사람들’, 즉 대중의 일원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과 단일한 경험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논술 공부에서 신문읽기가 필요한 이유는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논술이란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매체이다. 가령 ‘당신이 천재임을 증명하시오’ 같은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대중매체의 상호 관련성을 논하시오’ 같은 문제는 출제된다. 즉, 논술시험에는 동시대의 공유된 문제들이 나온다.
신문은 바로 동시대가 공유할 문제들을 생산·유통시키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물론 다른 대중매체들도 그런 기능을 하지만 정보와 의견이 종합적으로 제시되고 무엇보다도 문자를 읽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수용된다는 점에서 신문은 논술 공부에 가장 도움이 되는 매체이다. 따라서 사건 그 자체를 아는 것만으로는 신문을 활용한 논술 공부로서 부족하다. 신문에 의해 무엇이 생산되고 어떻게 유통되는지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사설 베끼기보다 100배 훌륭한 논술 공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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