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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오류 - 자신의 글쓰는 과정을 `중계`하지 말라
`나는 지금부터 OO에 관하여 쓰겠다.’
이런 문장이 논술문의 서두에 불쑥 튀어나온다고 상상해 보자. 읽는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아마도 논술 답안 채점에 바쁜 평가관은 수험생의 유치한 수준을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그 답안을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중계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논술문을 보면 논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문장이 갑자기 나오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른바 `중계하는 문장`이다. 중계문은 자신이 논술문을 쓰게 될 과정을 언급하는 것인데, 이는 개요표에 간단히 메모하거나, 머릿속에 그리고만 있으면 되는 내용을 굳이 아까운 원고지 에 써서 지면을 낭비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원고지의 빈 칸을 채우는 일이 매우 두렵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논증을 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빨리 빈 칸을 채울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중계하거나 그 과정을 되새기며 중언부언(重言附 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계하는 문장`은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없다.
그러한 예를 직접 살펴보자.
(1) 그러면 지금부터 서론에 제기한 문제점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위 예문 (1)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쓰는 `중계문`이다. 학생들의 논술문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중계문`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것은 그렇게 마음만 먹으면 된다. 실제 원고지에는 그 `자세한 내용`을 곧바로 진술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2) 앞 단락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은 예술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깨닫기도 하는데, 그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위 예문 (2)는 본론 중간에 자주 등장하는 `중계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앞 단락에서 말한`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전혀 없다. 긴 글에서는 더러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강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사실상 여러분들이 쓰는 논술문은 지극히 짧은 글이다. 그러므로 불필요한 내용을 반복하여 글의 경제성을 해칠 필요는 없다.
(3)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경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윤리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예문 (3)의 첫 부분에 나오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라는 말도 학생들의 논술 답안에 자주 등장하는 중계문의 하나이다. 어떤 학생들은 마치 논술문의 결론부 첫 문장은 반드시 이런 말로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표현 역시 `중계문`의 하나이므로 논술문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4) 제시문에서는 `눈이 현실 세계의 모든 사상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책은 인류의 모든 지혜와 지식을 담고 있다. 유사 이래로 축적된 인간의 모든 경험의 정수는 언어화되어 서적으로 자기 몸을 드러내는 것이다.` 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 말은 …
예문 (4)는 논술 문제에 이미 나와 있는 제시문의 일부이다. 이처럼 제시문의 내용을 답안에 전제하는 것은 지면 낭비일 뿐만 아니라, 제시문을 충분히 이해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데 미숙하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줄 뿐이다. 논술 답안은 단적으로 채점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다. 제시문과 논제를 이미 꿰뚫고 있는 평가관에게 제시문을 `재방송`하면서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논술 시험은 `800자`, 혹은 `1,200자`와 같이 글의 분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길어야 1,600자 정도의 지면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주어진 분량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논증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지면을 아껴야 한다.
따라서 논술문에서는 논제와 관계 없는 문장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경제성의 원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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