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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는 힘이 넘치나봐,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계속 움직여!` 라는 말을 한다. 이 말 속에는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바로 힘이란 뜻이 담겨 있다. 힘(力)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근력, 중력, 마찰력, 자기력, 전기력 같은 힘은 어떤 물체를 변형시키거나 운동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마음을 움직여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도 있을까? 이러한 힘이 있다면 당장 아이들의 언어 학습에 이용하면 얼마나 효과적일까? 이 힘으로 아이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공부하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선, 마음의 힘에는 본능과 욕망, 감정의 힘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힘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흥미위주의 놀이 학습으로 유도하거나, 재미있는 교구와 교재를 사용한다. 이러한 외적인 동기를 부여해서 아이들이 독서나 글쓰기가 하고 싶다는 욕망이나 감정이 생기면 그 힘으로 스스로 하게 된다. 어떤 힘에 의해서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물체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일단 마음이 움직여 독서나 글쓰기에 흥미를 붙인 아이들은 자율성을 갖고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 읽을 거리를 찾아 독서를 하고 글쓰기도 즐길 것이다. 자율성이야말로 아이들에게 큰 재산이다. 하지만 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계속 움직이던 물체도 마찰력에 의해서 정지되는 것처럼, 어떤 한계에 부딪치게되면 아이들의 자율성도 멈춰버리게 될 수도 있다. 책을 읽어도 독해가 되지 않거나 글을 쓰고 싶어 시작을 했지만 글이 좀처럼 풀리지 않게 되면 아무리 자율성이 있는 아이라도 독서나 글쓰기가 어렵게 된다. 이때는 놀이학습이나 재미있는 교재나 교구 같은 외적인 학습자료도 큰 효과를 줄 수 없는 단계이다.
이 때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힘이 바로 사고의 힘(思考力)이 아닐까? 추론하기, 유추하기, 결론 끌어내기, 암시 읽어내기 등의 사고 훈련은 독해력을 키워준다. 정의하기, 설명하기, 비교 대조하기, 원인 결과 따지기, 논증하기, 분류하기, 평가하기 등과 같은 사고 훈련은 아이들의 글쓰기에 현저한 도움을 준다. 또한 이러한 사유 능력의 합리성은 아이들 내면에 변화를 일으키는 자율성의 필수조건을 이루기도 한다.
이렇게 사고의 힘으로 독해가 빠르고 글쓰기를 쉽게 풀어내는 아이라도 때로는 독서와 글쓰기 자체가 지니고 있는 중력 때문에 독서와 글쓰기가 힘겹고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무게 때문에 아이들의 자율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 혼자 남아있는 사람과 같다. 독서는 누구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책 속에 모래 알갱이처럼 모여 있는 언어기호의 의미를 알아 내는 고독한 작업이고, 글쓰기도 사막처럼 단조롭고 적막감마저 주는 백지에 의미를 담아내는 고독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고독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일까? 단조롭고 적막하기만 한 아리조나 사막을 건너면서 내 마음 속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느껴본 적이 있다.
[시속 200 킬로미터로 줄곧 달렸다. 땡볕에 황토 빛 평원을 한나절을 가로질러 달려도 제자리 같다. 해가 먼 산 뒤로 떨어질 무렵의 사막이 용광로처럼 붉다. 금새 해가 떨어지자 회색 빛 지평선이 가물거린다. 미궁 속으로 빨려들 것 같다. 회색 빛 사막은 무중력 상태와 같은 허전함과 불안을 가져다 준다. 땅에 뿌리 박지 못한 존재의 불안처럼 말이다. 그리고 곧 암흑의 공포.]
아리조나 사막을 달리던 첫날의 일기다.
다음날에는 날이 막 새고 있을 무렵부터 달렸고, 한낮의 땡볕에 복종하고 보니 황토 빛 사막에 자연스럽게 순종이 되었다. 해질 무렵의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사막에서는 불씨가 튀어 오르며 생긴 듯한 어떤 힘이 내 마음의 문을 밀고 들어 왔다. 이제 회색 빛 사막은 더 이상 무중력 상태의 불안이 아니었다. 회색 빛 사막은 베일을 쓴 신비의 세계였다. 그리고 암흑은 깊은 그리움을 남겼다.
마지막날, 아리조나 사막의 단조로움은 간결함이 주는 강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에서 풍기는 원초적 본능이 주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두 번째 날, 나의 마음을 밀고 들어왔던 힘을 상상력(力)이라고 하고 싶다. 바슐라르는 상상력이 생기면서 느끼게 되는 미적 감동 속에서 어떤 놀라운 정신적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스스로 새로워 진 것 같은 격앙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존재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존재 생성의 힘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상상력이고 정신적 창조의 힘이라고 했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아이들은 감동과 놀라운 정신적 체험으로 창조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상상력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한다.
활동중심언어교육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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