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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사회영역
[속보, 사설/칼럼] 2002년 12월 05일 (목) 22:27
지난 회에 이어서 이번에는 올해 논술에서 출제 가능한 사회영역의 핵심 논제들을 살펴보자.
1. 사형제도 존폐 논쟁
사형을 앞둔 나치추종자이며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인 어느 흉악범이 여러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어찌하겠는가 영화 `데드 맨 워킹`은 헬렌 수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형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만일 사형제를 지지한다면 응보와 범죄예방 효과 그리고 사회질서 확립을 주장해야 한다. 반면 폐지를 주장하려면 앞의 논거들을 반박하고 사형제도가 비인도적인 사법 살인이고 오판 가능성이 상존하며 범죄인의 재사회화에 대한 포기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그런데 여론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은 사형제 폐지론보다 존속론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사형선고는 하되 집행을 하지 않는 전후 일본의 경우를 제 3의 견해로 제시할 수도 있겠다.
2. 정치와 윤리의 관계
올 한 해 우리 사회는 총리인사 청문회다, 대통령 후보 검증이다 해서 연일 험악한 정치 공방으로 얼룩져 있다. 과연 도덕에 바탕을 둔 정치는 가능하며 또한 바람직한 것인가 어느 기자의 글에서 수수께끼 하나를 빌려와 보자. 3명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1번 후보는 비리 경력이 있고, 점술을 믿으며, 두 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있다. 2번 후보는 정오까지 늦잠을 자며, 마약을 복용했고, 알콜 중독자이다. 3번 후보는 채식가이며 어떤 비리와 불륜을 저지른 적이 없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만일 3번을 선택했다면 당신은 히틀러를 고른 것이며 나머지 둘은 루즈벨트와 처칠이었다. 정치의 도덕화 가능성을 옹호한다면 ‘막강한 제도로서의 부패’가 우리 현실인 점을 들어, 정치와 윤리의 조화가 한국 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논변하자. 반면 정치와 도덕은 그 범주가 다른 것이고, 이들의 지나친 일원화가 오히려 한 사회를 숨 막히는 엄숙주의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도덕에 대한 강조는 정책, 자질, 경륜 등 다른 요소들과 함께 검토되야만 한다는 쪽으로 써도 좋겠다.
3. 사회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
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상식적 주제는 부지런하면 잘 살고 게으르면 못 산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을 개인의 품성 탓으로 돌리는 교묘함이 숨어 있다. 우리는 사회적 불평등이란 개인의 탓보다는 사회구조적 모순이 더 큰 것임을 말해야 한다. 또 하나, 마술 반지를 얻어 신출귀몰하게 된 ‘양치기 기게스의 전설’을 떠올려 보자. 선량한 기게스가 악인으로 변한 것은 반지의 힘 때문에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사회적 비난이나 처벌을 받지 않게 된 점에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도덕성이나 정의감은 불완전한 것이며 사회적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의로운 사회건설은 의식의 차원이 아닌, 이런 의식을 낳은 경제적, 정치적 차원에서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무원칙한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과 정치의 비민주화가 불평등과 부정의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는 공정한 경쟁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능력의 차이를 인정해도 보상의 격차가 너무 현격해서는 안 되며 합리적인 경제 제도 및 민주적인 정치 제도의 확립과 소외 계층을 지원할 복지 실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자.
4. 갈등과 폭력 그리고 대안
최근 세계는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 그리고 핵개발을 둘러 싼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문제를 정치와 윤리 교과서를 통해 접근해 보자. 우리는 모든 갈등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갈등이 모순을 드러내어 우리에게 교정할 계기를 제공하는 측면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가령 어느 폭력적 집단이 부당한 억압을 자행하는 상황에서, 비폭력으로 의사를 표현하라고 주장한다면 그 때의 비폭력 호소는 강자를 편드는 논리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할리우드의 영화 ‘간디’는 매우 수상쩍다. 마찬가지로 국가 간 분쟁시 세계 평화를 명분으로 한 나라의 주권을 제한할 수 있는가 과거 구소련의 체코 침공이나 1992년 미연방법원의 판결은 외국 영토상에서 자국의 공권력 행사를 합법이라고 합리화했다. 한 나라의 주권이 다른 나라에 의해 침해되고 제한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므로 폭력을 통한 해결보다 대화나 협상 또는 민간단체나 국제기구를 통한 갈등해결이 바람직하며 무엇보다 갈등의 뿌리인 모순의 해결-가령 미국의 일방주의의 포기 등-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전현준( 서울논술교육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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