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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만화
어린이는 만화를 좋아한다. 어린이와 만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또 만화는 어린이 주변에 지천으로 쌓여있다. 그러나 어른이 입장에선 무턱대고 보지 못하게 말릴 수도, 그렇다고 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읽혀도 좋ㄹ은 만화, 읽혀서는 안 좋은 만화가 뒤섞여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일일이 어른이 먼저 읽어보고 가려준다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자리에선 만화를 어린이의 현실문화로 인정하면서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생각을 도모해 보고자 한다.
그리 멀지 않은 예전만 해도 어른들은 만화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면서 야단을 치거나 아예 빼앗아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 가운데서는 어린이의 정서개발에 도움을 주고 흔한말로 `꿈과 용기`를 키워주는 만화도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만화라도 매체가 갖는 이로운 점을 충분히 살려서 긍정적인 활용을 하도록 해야한다. 한 예로 일본의 경우를 들어보겠다.
오늘의 일본만화는 지나친 상업주의에 철저히 오염되었으나, 1960년대 일본만화가 어린이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하였다. 당시만 해도 흑백 TV가 대부분이었고, 좋은 장난감이나 오락기구가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만화는 일본 어린이들의 가장 큰 친구요, 오락이었다. 그때 키운 꿈은 그들이 어른이 된 다음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 일본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역세대라 어렸을 당시에 <철인 아톰>이란 만화가 있었다. 아톰이 등장했던 당시 아무도 그 내용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리라고 믿지 않았다. 로봇, 컴퓨터, 최첨단 전자기술들….
그러나 아톰 만화를 보면서 공상의 날개를 마음껏 펴던 일본의 어린이들은 끝내 이를 실현시켜 오늘의 일본을 세계 제 1의 전자왕국으로 끌어올리고야 말았다. 즉 만화는 간접경허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겪고, 사고의 확대를 가능케 한다. 여기서 바로 좋은 만화의 기준이 도출된다.
공상과학 만화든, 스포츠 만화든, 명랑 혹은 순정 만화든 저변에는 합리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논리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폭력이 난무하는 공상과학 만화, 배금사상에 젖고 승부욕에만 가득찬 군상이 난무하는 스포츠 만하나 말장난에 가득찬 명랑 만화, 얄팍한 감상주의에 젖은 순정 만화 등은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독소를 품고 있다.
이러한 만화가 등장하는 근본 요인은 값싼 원고료, 인기작가가 편중의 편집 자세, 어린이 교육은 안중에도 없는 출판 기업의 경쟁적인 영리 추구 행위, 거기에 무분별한 일반 대중의 만화에 대한 편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현단계에서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무조건 만화를 못 읽게 하거나 간섭하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많이 만화를 보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다. 그 기준이란 무엇보다 학교 공부가 우선이 되도록 원칙을 정하여 숙제를 다 끝마치거나 예정된 학습이 끝난 뒤에 만화를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화가 독서 동기 유발이나 본격 독서의 초기 단계의 기능을 담당케 하자. 그러나 폭주하는 만화의 물량과 제공하는 흥미가 본격 독서 연령이 지났는데도 만화에 집착하는 타성을 심어 폭넓은 사고와 판단의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좋은 만화는 한 사회풍토가 창출하는 종합적인 경과이지, 한 작가의 양식에만 기대하기에는 무리이다.
우리 시대의 만화도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접근할 것이다.
이원복(덕성여대 교수), 강의
어린이도서연구회 6월 월례 강좌 <어린이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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