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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단산초 5년 신재기, 1998년
아침 일찍 할머니가 자루에 있는 벼를 갑바에 널자고 했다. 나는 잠이 덜 깬데다가 날씨가 몹시 추워서 자루 두 꼭지를 계속 놓쳤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몸을 녹였다.
"재기야, 벼 널자."
"조금만 있다가."
"빨리 온나."
"알았다."
"한 번 말하면 오지 왜 안 오는데? 다음부터 한 번 말해서 안나오면 패직이
뿐다."
다시 벼를 널었다. 벼를 널 때는 자루 뒤 꼭지를 잡고 막 흔들면서 뿌렸다. 그 다음에 작대기에 판자를 단 것으로 벼를 골고루 퍼뜨린다. 별 널기를 끝낼 무렵 마지막 딱 한 자루를 들 때 갑자기 강생이 만한 쥐가 나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어쩔줄 몰랐다.
"할머니, 저기 강생이 만한 쥐 나왔다."
"쥐가 머시 저렇게 크노?"
"에이, 쌀 다 쏟았다."
"왜 이래 쥐가 많노, 때리 패직일 수도 없고, 우이구."
할머니와 나는 자루에 구멍 난 곳을 테이프로 막고 다시 널었다. 구멍이 내 주먹 들어갈 만큼 컸다. 벼를 널고 방에서 텔레비전 보고 노는데 할머니가 또 나를 불렀다. 나가보니 자루가 몇 개 더 남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하기가 싫었지만 할머니가 때릴까봐 그냥 얌전히 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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