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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만난 아이들의 여러 모습을 보면서 적당한 동사를
찾아 쓰는 활동으로 오늘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간지럽히다. 쏟다. 굴리다. 깎다. 꽂다
등등 기본형으로 쓰는 건데 맞춤법 훈련도 제법 되었답니다.
사실은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이 그림 보고 각자 생각나는 동사를 말하면 선생님이 정확한 단어를 가르쳐 주는 거예요.
그리고 읽은 동화책이 바로 <새벽>으로 유명한 유리 슐레비츠의
<비오는 날-시공사>이란 책입니다.
오늘 날씨에 너무 어울리는 책이죠?
도시에 내리는 비를 시청촉각을 동원해 아름답게 표현한 이야기랍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탁탁 두드리고 지붕 위로도 투두둑 툭툭 떨어져
이런 식으로 표현된 동화예요.
한 줄씩 따라 읽고 또 머리 속으로 장면을 열심히 떠올렸습니다.
그야말로 동화가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어요.
자, 이제는 우리도 직접 비 오는 날을 즐겨볼까요?
빗줄기가 그리 세지는 않지만 잠시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빗방울은 단숨에 지붕에서 처마 밑으로 굴러 떨어져
홈통으로 쏴와 흘러나오지
동화 속 한 장면이 그대로 학원 문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진 곳에서 아이들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도 관찰하고
그 속에 비친 서로의 얼굴도 확인해보았답니다.
학원 앞 개천가에서 희안한 새 한 마리도 발견했어요.
아이들은 저게 물총새라고 말하는데, 선생님은 도통 모르겠습니다.
저 녀석은 비도 오는데 왜 저러고 앉아있을까
아이들은 참 궁금해 합니다.
다시 교실로 들어와 우리가 관찰하고 체험한 비 오는 날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말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역시 글을 쓸 때 잠깐 동안은 아주 열심입니다.
모르는 글자랑 띄어쓰기가 걱정이지만, 그게 뭐 대순가요?
알면 아는 거고, 모르면 할 수 없지요. 지금 이렇게 쓰는 것도 얼마나 대견한 건데요.
아이들이 쓴 글 보실래요?
비가 오는데 왜 집에 안가나. 비 많이 맞으면 감기 걸리는데, 약은 누가 사주나...
그 마음이 너무 예쁘지 않아요?
물장난을 쳤다. 발가락이 너무 시원했다.
그래요.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통해서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답니다.
글쓰기의 효과는 바로 이런 거구요. 건강한 마음과 몸을 길러주는 것,
카타르시스를 통한 감성과 인성 키우기, 그것이 교육 목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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